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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관서

일본 히로시마 파인힐스

일본 히로시마 파인힐스  Life&Travel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일본 열도엔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올랐다. 지진이나 쓰나미의 전조가 아니라 인간의 허욕이 가슴 속에서 용솟음쳐 끓어오른 것이다. 일본 경제의 호황은 레저 인구의 폭증을 가져와 골프장 부킹은 하늘의 별따기, 일본 열도는 캐터필러 굉음으로 뒤덮였다.

 

글.사진 _ 조주청

 

 

2.jpg 새로운 골프장, 리조트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랐다. 호사다마(好事多魔)! 금융 대란 쓰나미가 덮치며 뜨겁던 일본의 레저산업 열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2471개 골프장의 내장객은 가뭄에 콩 나듯하고 파산은 이어지고, 골프장과 리조트를 팔려는 매물은 쏟아져 나왔다. 탐욕스런 미국의 투자회사가 헐값을 또 후려쳤다.


큐슈의 시가이아리조트는 200만평이 넘는 부지에 골프 코스와 4개의 호텔을 가진 방대한 종합 리조트로 건설 비용만 20억달러가 들었는데 미국 투자 회사 리플우드는 불과 125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골드만삭스는 70개가 넘는 일본 골프 코스를 삼켰고 론스타는 40개를 움켜쥐었다.


그들의 계산은 이랬다. ‘바닥을 치는 일본 경제는 곧 살아날 것이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향후 10년간 1000만명의 퇴직자가 양산될 예정이며 5000억엔 규모의 퇴직금 상당 부분이 레저 활동에 투입될 것이다.’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던가.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일본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퇴직자는 골프장에 오지 않고, 골프장의 적자는 눈더미처럼 쌓여만 갔다. 날고 긴다는 미국 투자 회사의 예측이 빗나갔다.


일본 골프장 사냥에 우리나라도 가세했다. 3대 사냥꾼을 꼽으라면, 골드만삭스, 론스타, 우리나라였다. 우리나라는 미국 투자 회사와 수평 비교 할 수 없다. 각양각색의 기업 혹은 개인이 한두 개씩 골프 코스와 리조트를 인수했다. 모두 합하면 거의 론스타 보유분에 육박한다는 얘기가 골프 업계에 회자된다.
국내 매입자의 투자 목적은 알 길이 없다. 레저 산업 분야를 일본까지 확장하는 차원에서 일본 골프 리조트를 인수하거나, 골프장은 갖고 싶은데 우리나라 골프 코스는 벅차고, 가깝고 값싼 일본 골프 코스 인수에 눈을 돌리거나, 미국 투자 회사처럼 싸게 사서 기다리다가 비싸게 팔아치우겠다고 호시탐탐 때를 엿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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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둠살이 내리고 보름달이 떴는데, 열 오른 골퍼는 퍼팅 연습에 열중이다. / 2  골퍼의 허기를 채워줄 저녁식사. / 3   파인힐스 클럽하우스 전경. / 4  낙락장송이 하늘을 찌른다. / 5  토조의 이곳은 아마도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파칭코장일 것 같다. / 6 파인힐스 아래 소읍, 토조에 선술집과 가라오케가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다. / 7  클럽하우스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 하나는 1억원 상당이다.

 

 

 

히로시마 첩첩산중 골프장


일본 본섬 남부, 히로시마(廣島)는 남쪽 내해(內海)에 접해 있고 그 북쪽 요나고(米子)는 우리의 동해(東海)에 면해 있다. 두 도시 사이, 첩첩산중에 파인힐스(Pine Hills)CC가 해발 700m 산 속에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모 투자 회사가 7년 전에 인수한 골프 리조트다.
700m 산악 코스라면 업다운 힐이 심하고 무리하게 만든 홀이 많으리라는 예상은 부질없는 기우다. 굴곡이 완만한 고원지대라 골프 코스로는 썩 좋은 입지다. 이 27홀 코스에 입성하면 이곳이 해발 700m라 믿어지지 않는다.


일본 대부분의 산악 코스는 곧게 뻗은 스기(삼나무)와 히노끼가 하늘을 찔러 한 순간도 일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파인힐스CC는 낙락장송이 하늘을 덮어 가끔씩 우리나라 어느 코스에서 라운드 하는 착각 속에 빠져들 때가 있다. 고라이 잔디 페어웨이, 벤트그라스 그린.


뭐니뭐니 해도 파인힐스CC의 자랑거리는 웅장하고 화려한 클럽하우스와 호텔이다. 파인힐스 골프리조트 소유 회사인 (주)파인힐스골프&레저는 재산세 주무관청인 히로시마현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건물 재산세가 다른 골프장의 세배 가까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얼마나 호화판인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로비의 양 벽에 마주 걸린 6개의 태피스트리는 작품 당 가격이 1억원을 호가하고 클럽하우스, 호텔 할 것 없이 탁자, 의자, 침대, 화장대, 옷장, 심지어 화분 커버까지 모든 가구 소품을 놀랍게도 염색한 등 넝쿨을 꼬아서 장식했다.


일본인 원 소유주는 부동산 재벌로 거품 시기에 과식을 해서 부도가 났다. 그는 모든 부동산을 압류 당하고 매각했지만 그가 땀을 쏟아 부은 가장 아끼는 부동산 하나는 빼돌려 감추어 두었다. 바로 지금의 파인힐스CC였다. 결국 들통이 나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 모 투자 회사가 감방에 찾아가 철창 속에 갇혀 있는 그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도장을 찍고 퍼질러 앉아 3일 동안 대성통곡을 했다는 후일담이다. 그 후 그는 감방에서 나왔고 의사인 그의 아들은 종합병원을 세 개나 운영하는 병원 재벌이 되었다. 아들의 재력을 바탕으로 그는 파인힐스를 되찾겠다고 졸라대고 있다.

 

 

 

품질 좋은 피오네 포도의 적지
파인힐스CC는 현지화에 힘썼다. 또한 비행편이 좋지 않아 우리나라 골퍼를 외면하다가 아시아나항공과 손잡고 6월 말까지 파격가에 편리한 스케줄로 우리나라 골퍼를 유치하고 있다. 파인힐스는 원래 36홀 코스로 설계되어 27홀을 완성시킨 후 6홀 토목공사까지 마쳤다가 공사를 중단, 6홀은 황무지로 남아있다.


파인힐스는 대규모 와이너리를 만들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일본은 원래 포도 생산 적지가 아니다. 포도는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기후에 석회질 토양에서 좋은 품질이 생산된다. 하지만 고급 포도 피오네의 일본 내 유일한 적지가 바로 이 곳이다. 인근에 있는 3만평의 피오네 포도원의 매출이 이 27홀 골프장 매출의 다섯 배다. 파인힐스는 주위의 7만평을 사들였고 황무지 6홀엔 내년에 포도 묘목을 식재할 작정이다.
인간이 살기에 가장 좋다는 해발 700m 고원에 오감을 만족시킬 리조트가 재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문의 02-775-8383 

 

 

CHO JOO CHUNG

조주청 골프여행전문가, 오지 여행작가, 세계 120개국 여행

 

기사원문

http://www.golfdigest.co.kr/gd/index.php?mid=textyle&category=304&vid=Magazine&page=4&document_srl=169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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